플라네타리움에서 5년째 블록체인 엔진과 탈중앙 게임을 만들고 계신 홍민희님의 개인 블로그 글을 공유합니다. 홍민희님께서 글에서 언급하셨던 것과 같이 회사나 동료들의 관점이 아닌, 홍민희님 개인의 의견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
원문:
이하, 원문 전문을 붙여넣었습니다 (as of 1/5/2022)
2018년 여름 5년 넘게 일했던 스포카에서 나와 플라네타리움으로 옮긴 이래, 흔히 블록체인 게임이라고 불리는 탈중앙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에 몸담은 지 벌써 5년째를 맞이하게 됐다.
그 동안 여러 이슈를 마주하며 생각이 달라진 부분도 있지만, 탈중앙 게임의 가치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이 바뀌진 않고, 오히려 정교해진 것 같다. 그러나 같은 비전 아래 나아가는 팀 안에서도 저마다 크고 작은 생각의 차이가 있기 마련이고, 나도 팀과는 독자적으로 나름의 생각을 글로 다듬어 보려 한다.
이하의 모든 졸견은 내 멋대로의 생각일 뿐, 내가 속한 회사 및 동료들의 입장과 독립적라는 점을 밝혀둔다.
개인적으로는 게임을 탈중앙화할 필요가 없을 때가 많다고 보지만, 그럼에도 몇몇 장르의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온라인 게임 운영사는 일반적으로 게임 플레이어와 이해가 불일치하거나 대립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들이 규탄하는 게임 운영사의 횡포는 다양하다. 심한 과금 유도, 플레이어들의 바람과는 상반되는 업데이트 방향, 고시된 아이템 획득 확률이 실제 구현과 다른 것 같다는 의혹, 갑작스러운 섭종 등.
플레이어들이 겪는 이러한 어려움을 설명하는 몇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각각이 그 안에서는 불공정 독점 시장을 형성한다는 인식이다. 어째서 플레이어들은 사실상 꽝뿐인 아이템 팩, 즉 저품질의 재화를 그 가격에 강매하게 될까? 다른 품질의 아이템 팩을 다른 가격에 파는 사람이 없고, 오직 게임 운영사만이 그 판매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Apple의 앱 스토어가 독점적 지위로 여러 불합리한 거래를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다. 온라인 게임 첫 세대부터 운영사의 그러한 독점을 우리가 승인해 왔다 보니 그런 지위를 내려놓으라는 운영사에 향한 요구가 생소할 뿐이다.1
게다가 많은 시간과 돈을 써서 얻은 게임 내의 모든 것은 운영사가 자의적으로 서비스를 그만두면 그 즉시 물거품이 된다.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라면 남이 맘대로 내 세이브 파일과 게임 패키지를 통째로 없앨 수도 있는 리스크가 있는 것이다.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은 시간만 쓰는 게 아니라 돈도 쓰는 경우가 많은데다, 큰 회사의 대작이 아니라면 서비스가 5년 넘게 운영되는 경우가 흔치 않으므로 더 리스크가 무겁다.
위와 같은 점들을 따져보면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들은 싱글 플레이어 게임들에 비해 훨씬 소비자 보호 수준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 이른다. 이런 차이는 싱글 플레이어 게임은 제작사 손을 떠나 소비자가 구매한 이후로는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스스로의 기기에서 실행하는 반면, 멀티플레이어 게임은 게임을 즐기는 것과 운영 및 실행하는 것이 다른 주체에 의해 이뤄지고 그 둘 사이의 이해득실이 서로 간섭하기에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이러한 시각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어 게임의 운영 거버넌스를 탈중앙화하여 위와 같은 문제들을 완화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